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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라이프

뉴질랜드에서의 겨울 , 낯선 문화와 자연 속의 하루

by 그래니하우스 2024. 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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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희 집식구가 잠시 머물렀던 지인 집에서의 생활이 왜 고난의 시작이라는 표현을 했는지 다들 궁금해하시길래 보충 설명을 해드리려고 해요.제 블로그를 자주 방문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주부라면 모든 일에 과학적이고 계획적이며 알뜰하게 살아야 한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저도 항상 그렇게 완벽하게 살지는 못하지만, 최대한 노력하려고 하는 편이죠.

 

 

 

 

 

 


저는 제 나라인 한국을 떠나 타국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되었을 때, 그 첫날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납니다. 우리가 잠시 머물기로 했던 그 지인의 집에서의 생활은 저에게 충격 그 자체였어요. 그 안주인의 살림 스타일이 저에게는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었거든요.먼저 그 집에 도착하자마자 맞닥뜨린 것은... 주방이었어요. 한국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깔끔하고 정돈된 주방과는 달리, 이곳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혼돈의 상태였습니다. 설거지거리는 쌓여있고, 여기저기 흩어진 식재료들은 무엇이 어디에 있는지 찾기가 힘들 정도였죠. 그 모습이 저에게는 마치 '고난의 시작'이라는 신호처럼 느껴졌습니다.

 



더욱 놀라웠던 것은, 지인은 그런 주방을 아주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는 점이었어요. 저는 그 상황을 보면서 '여기서 과연 밥을 먹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여러 가지 일이 있었는데, 재료를 찾기 위해 몇 번이나 주방을 오가고, 요리를 하면서도 자꾸만 뭔가 빠뜨리는 일이 반복되었어요.

 

 

 



뉴질랜드에서 처음 맞이한 겨울, 그곳의 습기가 얼마나 강력한지 전혀 몰랐어요. 커튼 뒤를 들춰보니 시커먼 곰팡이들이 "안녕, 반가워!" 인사라도 하는 듯 자리 잡고 있더군요.

헉~~~~~~~~~~

방에 들어가 옷장 문을 열어 옷을 걸려고 했는데, 웬걸, 옷들이 마치 자기가 자유를 원했던 것처럼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 거예요.

헐~~~~~~~~~~

 

 

이때까지는 참아야 했죠. ㅠㅠㅠㅠ 완전히 다른 나라, 완전히 다른 가정으로 뛰어든 저희 가족 세 명은 잠시 멘붕 상태에 빠졌어요. 어찌나 낯설고 당황스럽던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적응하기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의 방식에도 나름의 이유와 장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저도 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조금씩 여유를 가지고 적응해 나갔습니다.

 

 

 

다음날 아침, 자동차를 사기로 결심한 우리는 한국인 자동차 판매점을 중심으로 동네를 샅샅이 조사하기로 마음먹고 집을 나섰어요. 전날 사전 조사에서 들은 이야기로는, 그 판매점에서 파는 차들이 싸게 나오는 이유가 사고 난 차를 고쳐서 판다는 거였죠. 그래서 직접 가서 확인도 하고, 차 값이 얼마나 하는지 시장 조사도 할 겸 아침 일찍 출발했답니다.

"같은 민족끼리, 이 먼 타국에서 왜 이런 이야기가 돌아야 하나?"라는 의문을 안고서 말이죠.

뉴질랜드에서는 여전히 중고차 값이 비싼 편이에요. 한국에서 타던 4WD 스타일 차량을 구매하려 했으나, 너무 비싸서 엄두가 나지 않아 결국 웨건 스타일로 마음을 바꿔야 했어요. 그나마 차 값이 조금 착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부담이 되는 수준이었어요. 여기는 겨울에 영하로 떨어지지 않아서인지 10년씩 차를 타도 별 문제 없이 타는 듯해요.

 

자동차를 구매하면서 알게 된 흥미로운 사실은 바로 '소개비'였어요. 한동안 교민들 사이에서 이슈가 되었던 소개비는 먼저 정착한 교민들이 자동차 판매점에 나중 도착한 교민을 소개하면서 받는 돈이었죠. 이로 인해 마음이 상해서 정말 등 돌리고 사는 사람들도 많이 있답니다.법적으로 인정되는 당연한 것이긴 하지만, 우리에게는 참 생소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문화였어요. 그런데 교민들 사이에서는 이것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받아들이고 있더라고요. 이런 점이 참 우리와 다르구나 싶었답니다.이렇게 차를 사기 위해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새로운 문화와 교민 사회의 면면을 직접 경험하게 되었어요. 자동차 구매라는 단순한 행위가 우리에게는 새로운 배움의 시간이 되었답니다.그런 일들에 빨리 적응해가는 나 자신을 보며, 한국 정서와는 너무 다른 점에서 오는 허전함을 느끼기도 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니까요.그런데 여기에 더 무서운 이야기도 있답니다.최근 한 이민자는 교민 신문에 게재된 광고를 보고 자동차 판매인을 만나 시승한 후 가격 협의를 마치고 차량을 구입했어요. 하지만 몇 달 후, 그는 이 차량이 융자로 구입된 차량이라는 사실을 통보받았죠. 전 주인을 찾아봤지만 이미 해외로 이주한 상태였어요. 사실, 이주라기보다는 도주한 거죠.또 다른 청년은 자동차 등록증도 확인하지 않은 채 차량을 구입했는데, 나중에서야 그 차량이 절도 차량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고스란히 차를 내놓아야 했어요. 역시 전 주인은 이미 해외로 이주한 뒤였답니다. 이런 일들이 왜 발생하는지 정말 이해할 수 없었어요.왜들 그러시는지 정말 이해가 안 되네요.

 

 

 

점심시간이 되어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로 허기를 채우고, 어제 잠깐 보여드렸던 Western Springs로 가서 뉴질랜드의 자연을 만끽하며 지친 다리를 쉬게 하기로 했어요.뉴질랜드의 겨울은 정말 특별해요. 겨울에도 초록이 어디에나 존재하니, 마치 겨울 같지 않은 겨울이죠.그날, Western Springs 공원에 도착하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어요. 푸른 잔디가 끝없이 펼쳐지고, 호수 주변에는 다양한 새들이 유유히 날아다니고 있었죠. 따뜻한 햇살 아래에서 새들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산책을 하니, 그동안 쌓였던 피로가 싹 가시는 기분이었어요.호수 가장자리에서 오리에게 먹이를 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우리는 벤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이런 평화로운 순간을 만끽했어요.

 

 

뉴질랜드의 자연은 정말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낯선 환경에서의 스트레스와 걱정도 이곳에서는 잠시 잊을 수 있었답니다.이렇게 뉴질랜드에서의 하루가 또 저물어갔어요. 비록 문화 차이와 예상치 못한 어려움도 많지만, 이런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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